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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이어리

채송화 씨 받기

by ㅇ ㅗㅇ 2016. 9. 17.

오래간만이다. 티스토리는 좀 생소해서 한동안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했다. 뭐 여기도 블로그려니 생각하면서 해야지. 오늘은 에드센스에 연결을 해보았다  

 

광고 코드 삽입하는 것까지 해보았다. 바로 광고가 삽입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. 3일 정도 걸리고 안돼면 다시 해야 한다고. 아무것도 없는데 뭐 될리는 없지만. 어떻게 하는 건지 연습 삼아서.  

명절 전 후로 무리 안하려고 했는데... 그래도 명절이라서 그런가 좀 지친다. 

 

칙칙한 도시의 풍경은 내 마음도 삭막하게 만들어주었다. 올 초에는 푸른 하늘이란 게 정말 손꼽을 만큼 귀했고 대기질의 한 번 뜨악하고 자전거를 사려했던 계획이 쏙 들어가버렸다. 

올해는 정말 그렇게 맥 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린 듯 하다. 

 

가을이라고 채송화에도 씨가 맺혔다. 불볕 더위에 물을 주러다니면서 뭘 기대한 건 없었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 

 

기다리지 않았다면 그런 미세한 발견 따위 기뻐하지 않았게지. 노력하면서 기다리지 않았다면.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한 건 아니다. 그냥 꽃이나 피겠지 하는 정도였다. 그냥 꽃을 내둥 보다가 씨앗을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. 

씨알이 맺혔다가 금새 어딘가 다 떨어져버려서 처음에 피었을 때의 씨알은 받지 못했다. 그래서 나중에는 씨알이 조금 더 잘 보이도록 진 꽃잎을 떼어냈다. 

 

그리고 명절이라고 분주하다 보니 며칠을 모르고 그냥 지나버렸다. 오늘에서야 화분을 보러갔다가 씨알이 익은 걸 발견해서 작은 그릇을 가지고가서 씨앗을 받고 있었다. 며칠 건너 뛰는 동안 뚜껑이 열려서 씨알이 쏟아져 버린 것 들이 더 눈에 띄었다. 

 

그러다가 참 신기하게도 뚜껑이 벗겨졌는데도 구 모양으로 씨알들이 아직 흩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. 

그래서 계속 들여다보다보니 이쁘기까지 하단 생각이 들었다. 기특하게도 딱 그 상태로 내눈에 발견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. 내가 씨알을 발견할 때는 늘 팽이처럼생긴 밑부분에 남아있는 부분에 씨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꽉차도록 씨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.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누가 모자를 벗겨준 것처럼 윗부분만 사라졌는지. 손으로 건드리면 그 모양은 다 부서져 버릴텐데. 

 

내년에 심으려고 다시 씨알을 받다보니 더 별 것 아닌 순간에도 다시 반짝 빛을 찾는 것처럼. 조금이나마 생기를 찾는 것 같았다. 씨알 받는 것에 엄청 열심인 것은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가보니 매번 조금씩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. 그날이 그날 인것 같은 날에 아주 미세하고 작은 것이... 

 

"난 이렇게 매일 달라지고 있어! 날 꼭 미래로 보내 줘~~." 

 

하고 아주 열심히 자기를 알아달라고 노력하는 것 같아보인다. 늘 봐 와서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약간 허를 찌르는 것처럼. 

 

예전에 마당에 심었을 때는 다른 키큰 것들에 치여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냥 꽃 한두송이 초라하게 피어있었는데... 화분의 한켠을 독차지하고서는 올해 제법 무리지게 꽃이 피었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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홑겹이라 별로 예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리지어 피니까 겹채송화보다 피어있는 동안 예쁘게 보였다. 

겹채송화는 엄청 빼곡히 다양한 색깔로 피거나 아직 다 벌어지기전에 예쁘다가 확 벌어져 버리고 나서는 그다지 볼품이 없어져버리는 반면 홑겹 채송화는 수정이 되기전까지 자기형태를 나름대로 우아하게 유지하고 있다. 무리 지어 피어있을 때 구도가 좋게 보여진다. 

매년 똑같은 씨에서 똑같은 꽃이 나오니까 아무 생각이 없이 또 

 

'그거겠지.' 

 

생각을 했는데 식물들도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. 그 얘기를 듣고 특별히 고려하진 않았지만. 

 

'같아 보여도 같은게 아니구나!' 

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. 

 

자식이 부모와 겉 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부모가 할 수있는 만큼만 재능을 물려 받진 않는 것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기위해 노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다시 들었다. 

예전에 상추씨를 받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 

 

엄마가 씨를 받으시면 매년 씨가 부족하다고 하셨다. 우리는 매번 씨앗으로 인해 곤란을 겪었지만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상추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구름같은 느낌이 들었다. 그래서 나는 그해 부터 상추씨을 받기 시작했는데

몇 그루 안돼는 상추에서 꽤 많은 씨를 받았다. 아주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. 

 

내가 상추씨를 받기 시작한 후부터 였는지는-상추가 시장에서 나오는 상추 같지 않고 아주 연두색이거나 조금 붉은 색의 상추가 나왔는데 엄마가 받을 때 비가 오면 다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. 그래서 매년 씨알이 부족하곤 했었다. 내가 씨를 받은 해 부터였나. 뭔가 따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보였다. 

 

(아마도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워낙에 관심 없는 것에 일부러 수공을 들이지 않고 떨어지면 다 떨어 지도록 게으름을 부리고 내벼려 두었던 거 같다. 엄마는 바빠서 제대 따 줄 수가 없고.) 

 

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 있는 것 같기도하고 비가 온날에도 씨알이 절반은 땅으로 고꾸라져 벌어져있는데도 끝끝내 붙어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. 

 

비가와서 늦게 발견한 것 중에 이미 싹이 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대신에 비에 젖었다고 다 못쓰는 씨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. 발화 돼기전에 수분을 제거해서 말리면 되는 것이 었다. 땅에 떨어진 씨중에서도 어딘가에 가서 뭍혔다가 새로 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. 새가 쪼아 먹거나 이미 발화 돼버려서 제대로 나는 건 별로 없었나보다. 

그저 우연히 

 

"여기 상추가 났다!" 

 

심지도 않은 곳에 하면서 놀라워 할때 보이던 건 한, 두 개 뿐이었다. 

상추꽃은 장미처럼 꽃이 화려하진 않아서 그다지 눈에 확 띄는 매력은 없었는데 무리지어 상추가 꽃을 피울 무렵에는 정말 구름이 곁에 있는 느낌이 났다. 아주 더운 날에도 내가 상추씨 받는 날에는 구름 한자락이 와서 해를 가려 주는 것 같았고, 아니면 비가 오기도 했다. 

 

아 그래! 비가오는 날이 많았다. 그래서 우산을 쓰고 가장자리에 심어진 것들에서 씨를 받았던 것 같다. 처음에 청상추와 빨간 쭈글 거리는 상추를 사다 심은 것 같은데 몇 년이 지나고 우리 상추에서는 그런 쪼글거리는 치마상추 같은 모양이 다 없어져버리고 길죽하고 거의 평평함에 가까운 상추가 나왔다. 

 

내가 씨알을 받기 시작할 때 많지 않은 양이라고 생각해서 비에 젖은 것들도 다 따서 휴지에 올려 놓고 수분을 흡수하도록 한 후에 휴지에서 밀어내어 볕 좋은 날 햇볕에 말려서 병에 담아 그늘에서 보관했다. 

 

상추씨를 받을 때쯤이면 장마 철이거나 비가 적게온 해는 상추도 씨맺는 것이 좀더 미뤄지는 것 같았다. 꼭 비가 올때 씨가 많이 생기곤 했고 그래서 비오는 날에 종종 씨를 따곤했는데 그래서 상추 씨알들이 선택받기 위해서 멀리 날아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. 

 

상추는 수분이 많고 비옥하고 한낮에는 적당히 그늘이 지어 주는 곳에서 잘 자란다. 땅을 마련할 때는 토양을 최대한 부드럽게 해주어야 발화가 잘 됀다. 마련된 판에 올라서는 순간 스폰지 위에 내려 앉듯 발국자이 쑥 내려갈 정도로 - 흙이 뭉쳐 있거나 돌맹이 같은 것이 있으면 치워 주어야 한다. 어릴 땐 정말 연해서 힘이 별로 없다가 다 크고나면 폭우에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자란다. 

 

씨알 이야기를 하다보니 옛날로 돌아가버린 것 같네. 

채송화 씨알 아주 작다 0.1미리도 안될 것 같다. 그런데 그 작은 씨알에 약간 푸른 빛이 돈다. 그래서 마치 작은 은을 캐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. 뭐 그게 아니어도 씨를 받겠지만. 그 좁쌀 보다도 작은 것에서 나는 반짝이는 느낌이 자꾸 그것을 받도록 채근 하는 것 같기도 하다. 

 

그 빛이 없으면 심어도 잘 나지 않는다. 오래전에 받아둔 겹채송화를 심지 않다가 다시 그 꽃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다 

'그럼 다시 한 번 심어볼까?'  

 

하는 생각이 들었다.  

그런데 다시 심으려고 본 씨알은 힘이 없어보였고 아직 나지 않았다. 빛이 사그라진 씨알을 심어서 그런 것 같다.  

겹채송화는 오전에 봉오리가 살짝 벌어지려 할 때가 가장아름답다. 놀이공원에서 본 사림이 타는 커피잔 정도로 벌어졌을 때 가장 아름답다. 한낮이 되면 축늘어져서 볼 품이 없어 보인다.  

 

꽃을 관리 하는 게 귀찮아 죽을 지경이라 종종 메말라 죽이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밥 주는 일이라고 작은 의미를 붙여보고 또 작은 식객의 방문을 기대해 보면서 다시 씨알을 받았다. 예전에 보았던 그 작은 녀석을 다시 보았는데 이건 정말 보석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.  

 

땡볕에 물 안준다 소리 여러번 들은 후 부터 챙겨주려고 하긴 했는데 화분 관리에 정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할 쯤 지루 하지 않게 작은 식객이 찾아주었다. 나름대로 로또 맞은 기분이라고 해도 뭐 의미는 있을 것 같았다. 내년에 다시 그걸 키우거나 좀 더 풍성해 지려면 최면을 걸어 줄 무언가가 필요한 거 겠지... 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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